나이가 들어가는 반려견을 보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건강 걱정이 앞서는 것이 모든 보호자의 마음일 겁니다. 예전보다 활동량이 줄고, 잠이 많아지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일 수 있지만, 만약 반려견이 부쩍 기침 을 자주 한다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특히 7살 이상의 노령견에게 나타나는 잦은 기침은 단순한 감기나 일시적인 증상이 아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장병 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심장사상충 감염 여부 는 노령견의 기침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체크포인트입니다.
노령견 기침, 단순 감기라고 안심하지 마세요
"콜록콜록", "켁켁". 반려견이 이런 기침 소리를 낼 때, 많은 보호자님들이 '혹시 감기에 걸렸나?' 하고 생각하시곤 합니다. 물론 감기나 가벼운 기관지염일 수도 있지만, 노령견의 기침은 다음과 같이 다양한 질병의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 심장병 (특히 이첨판 폐쇄 부전증, MMVD) : 노령견, 특히 소형견에게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심장 질환입니다. 심장 내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위치한 이첨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병인데요. 이로 인해 심장이 점점 커지면서 주변의 기관지를 압박하게 되고, 이것이 마른기침이나 거위 소리 같은 '꺽꺽'거리는 기침을 유발합니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병이 진행될수록 기침 빈도가 잦아지고, 심해지면 폐에 물이 차는 폐수종 으로 이어져 호흡곤란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마치 사람이 심부전으로 숨이 차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기관 허탈 (Tracheal Collapse) : 기관, 즉 숨길이 정상적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납작하게 찌그러지는 질환입니다. 주로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치와와 같은 소형견에게 많이 발생하며, 흥분하거나 목줄을 세게 당길 때, 더운 날씨, 물을 마실 때 등에 거위 소리처럼 '꺽꺽'대는 마른기침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청색증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 켄넬코프 (전염성 기관지염) : 여러 마리의 강아지가 함께 생활하는 환경에서 쉽게 전파될 수 있는 호흡기 감염 질환입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주원인이며, 짧고 마른 기침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대부분 1~2주 내에 자연 회복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령견이나 어린 강아지는 폐렴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 폐렴 (Pneumonia) :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감염이나 음식물, 이물질 등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는 오연성 폐렴 등 다양한 원인으로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기침과 함께 열, 무기력, 식욕 부진,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며,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 심장사상충증 (Heartworm Disease) : 오늘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심장사상충증은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심장사상충 유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리면 유충이 체내로 들어가 성장하며 심장 우심실과 폐동맥에 기생하게 됩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기침 정도만 보일 수 있지만, 감염된 사상충 수가 늘어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과 폐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힙니다. 결국에는 심한 기침, 호흡곤란, 운동기피, 체중 감소, 복수, 혈뇨 등의 증상을 나타내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심장사상충, 과거 감염 이력과 불성실한 예방이 문제!
"우리 아이는 예전에 심장사상충 치료 다 받았는데요?" 혹은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띄엄띄엄 먹이긴 했는데, 설마 걸렸을까요?" 라고 생각하시는 보호자님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장사상충은 한번 감염되면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예전에 진료했던 14살 노령견 '사랑이'(가명)의 경우가 떠오르네요. 사랑이는 1년 전 심장사상충 완치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기침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습니다. 각종 검사를 진행한 결과, 심장사상충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과거 심장사상충 감염으로 인해 폐동맥이 확장 되어 있었고, 이로 인한 폐성 고혈압 소견이 뚜렷했습니다. 쉽게 말해, 심장사상충은 사라졌지만 그 후유증으로 폐로 가는 혈관의 압력이 높아져 심장에 부담을 주고 있었던 것이죠. 추가적으로 노령견에게 흔한 이첨판 폐쇄 부전증(MMVD) 초기 도 함께 진단되었습니다. 다행히 심장약 처방 후 사랑이의 기침은 눈에 띄게 줄어들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사 사례 출처: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블로그, 2023년 9월)
이처럼 심장사상충은 치료 과정에서 사멸된다 하더라도, 이미 감염 기간 동안 심장과 폐혈관에 구조적인 손상 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손상은 만성적인 폐 질환이나 폐성 고혈압으로 이어져 지속적인 기침, 호흡곤란, 심지어 실신과 같은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심장사상충 감염 이력이 있는 노령견이라면 완치 후에도 정기적인 심장 검진을 통해 심장 상태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관리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심장사상충 예방을 매달 꾸준히 하지 않은 경우에도 감염 위험은 항상 존재합니다. "한두 달 걸렀는데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반려견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런 증상 보이면 지체 없이 동물병원으로!
노령견의 기침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으므로 즉시 동물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 갑자기 기침 횟수가 늘거나 기침 소리가 변했을 때 (예: 마른기침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 젖은 기침으로, 혹은 거위 소리 같은 꺽꺽거리는 기침으로)
- 기침과 함께 호흡곤란, 헐떡거림, 숨쉬기 힘들어하는 모습 을 보일 때
- 운동하거나 흥분했을 때 기침이 심해지거나, 산책 중 쉽게 지치고 주저앉을 때
- 가만히 있을 때나 잠잘 때, 특히 새벽에 기침이 심해질 때 (심장성 기침의 특징 중 하나)
- 잇몸이나 혀가 평소보다 창백하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했을 때 (청색증, 산소 공급 부족 신호)
-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무기력함 등의 전신 증상을 동반할 때
- 복수가 차서 배가 불러오거나, 갑자기 실신 또는 기절 하는 증상을 보일 때
동물병원에서는 먼저 자세한 문진과 신체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상태를 파악합니다. 이후 청진을 통해 심장 소리와 폐 소리를 확인하고, 흉부 방사선(X-ray) 검사를 통해 심장의 크기와 모양, 폐의 상태, 기관의 이상 여부 등을 평가합니다. 심장병이 의심될 경우 심장 초음파 검사 를 통해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정밀하게 평가하며, 부정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심전도(ECG) 검사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물론, 혈액 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다른 장기의 이상 유무도 함께 확인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장사상충 키트 검사 입니다. 간단한 혈액 채취만으로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기침을 하는 노령견에게는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검사입니다.
노령견 심장 건강, 예방과 관리가 최선입니다
사랑하는 반려견의 심장 건강을 지키고, 기침과 같은 괴로운 증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세심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필수 : 최소 1년에 1~2회, 노령견의 경우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심장병을 포함한 각종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심장병은 초기에 발견하여 관리하면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심장사상충 예방, 1년 365일 철저히 : 심장사상충 예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매달 꾸준히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투여하여 감염 위험으로부터 반려견을 보호해주세요. 최근에는 바르는 약, 먹는 약, 주사제 등 다양한 형태의 예방약이 있으니 수의사와 상담하여 반려견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균형 잡힌 영양 공급과 적정 체중 유지 : 비만은 심장에 큰 부담을 줍니다. 노령견 전용 사료나 심장병 관리 처방식을 급여하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체중을 유지시켜 주세요. 염분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 스트레스는 최소화, 편안한 환경 제공 : 과도한 스트레스는 심혈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무리한 활동이나 급격한 환경 변화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수의사와의 긴밀한 소통 : 반려견의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주의 깊게 관찰하며, 이상 증상 발견 시 즉시 동물병원에 내원하여 수의사와 상담하세요. 처방받은 약이 있다면 용법과 용량을 정확히 지켜 꾸준히 투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령견의 잦은 기침은 "나이가 들어서 그래"라는 말로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이 아닙니다. 특히 심장사상충 감염은 적절한 시기에 발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보내는 건강 이상의 신호를 놓치지 않고, 심장사상충 검사를 포함한 정밀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여 조기에 관리하는 것만이 사랑하는 반려견과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의 편안한 숨소리를 위해, 오늘 한번 더 세심하게 살펴보시는 건 어떨까요?